올해부터 중학교에서 SW 의무교육이 시행된다. 앞으로 중학생은 선택 교과였던 정보 과목을 연간 34시간 이상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초등학교 역시 2019년부터 연간 17시간 이상 SW 기초 교육을 실시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SW 교육을 먼 미래의 일로 여겼던 학부모들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섰다. 2018년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른 SW 교육, 어떻게 준비해야 우리 아이를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인재로 키울 수 있을까.
◆ 2015 개정교육과정, SW 교육 위상 강화
IT 경쟁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우리나라 SW 교육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SW 교육 의무화를 대비해 2015년부터 ‘SW 교육 연구·선도학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전국 1200여 개 학교를 선발해 SW 교육을 정규교과로 진행하고 동아리, 방과 후 학교 등을 활용하여 SW 소양을 배양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된 『정보』 교과서에는 코딩 교육이 편재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강화됐다. 기존 ‘문제 해결 방법과 절차’ 영역이 ‘문제 해결과 프로그래밍’으로 변환되어 ▲추상화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등 50%의 교과 구성을 차지한다. 여기에 ‘컴퓨팅 시스템’ 영역도 14%나 된다.
SW 융합인재를 양성하고자 2015년부터 정부에서 추진한 SW 중심대학도 확대된다. 정부는 SW 중심대학의 조기 확산을 위해 5개 대학을 추가로 선정, 총 25개의 SW 중심대학을 운영하고 SW 교육혁신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키우는 SW 교육
SW 교육은 컴퓨터와 스마트기기 등을 단순히 활용하는 것 이상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사물이나 현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스스로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인재가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필수 항목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애플 전 CEO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등 IT 업계 거물들이 코딩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해외에서는 이미 국가 정책으로 SW 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선두 격인 영국은 2014년 SW 교육을 의무교육 과정에 포함하고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5~14세 학생은 주당 1시간 이상 SW 교육을 받아야 하며, 영국의 중등교육 자격시험(GCSE)에는 컴퓨터과학이 선택 과목으로 포함돼 있다. 아이들은 SW 교육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른다.
이외에도 미국, 에스토니아, 핀란드, 인도 등이 SW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의무교육에 포함하거나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 SW 공교육, 전문 교사·인프라·교육시간 부족
SW 교육 의무화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를 가르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전체 중학교 가운데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교사를 확보한 비율은 37.2%에 불과하다. 중학교 10곳 가운데 6곳은 SW 교육 담당 교사가 없는 셈이다.
SW 교육의 시간 부족도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초등학생의 경우 2년간 17시간, 중학생은 3년간 34시간에 불과하다. 주당 SW 교육 시간을 따져보면 초등학교는 0.13시간, 중학교는 0.25시간이다. 반면 일본은 연간 55시간, 중국은 연간 70시간 이상 SW 교육을 받는다.
인프라 또한 구색을 갖추지 못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16년도 초·중학교 교육 정보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1인당 PC 보유 대수는 평균 0.53대다. 학교에 컴퓨터 실습실이 없는 곳도 많아 당장 수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우리라 예상된다.
◆ 산출물 직접 만들며 분석력·창의성 키우는 프로그램 선택
공교육의 SW 교육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 빠른 학부모들은 학교 밖에서 관련 정보를 얻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사교육에서 부족함을 보완하겠다는 판단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우후죽순 생기는 관련 교육업체 중 단순 이론 교육을 하거나 교안을 보며 프로그래밍을 그대로 실습하는 곳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SW 교육의 본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는 코딩을 단계적으로 배우며 따라 하는 식의 SW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크래치(Scratch)와 같은 블록형 코딩으로 시작해 파이썬(Python)을 거쳐 C언어까지 차츰 복잡한 언어를 배우게 되는데, 언어에 집중하다 보니 많은 학생이 어려운 C언어에 들어가서 교육을 포기한다. 각 프로그래밍 언어의 사용법 숙지에 치중해 원래의 교육 목표인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는 데 한계를 느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W 교육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어려운 컴퓨팅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SW 교육이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는 도구가 되려면 비판적 사고, 소통, 협동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진정한 SW 교육은 학생 스스로 산출물을 만들어 봄으로써 문제점을 찾아 분석하고,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는 과정 자체이다.